등장인물의 지능은 작가의 지능을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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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관련 용어로 작가가 멍청하면 작중 인물들도 멍청할 수밖에 없고, 작중 인물들이 똑똑하려면 작가가 그 이상으로 똑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겉으로 들으면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인데, 작가는 등장인물의 창조주이므로 그 세계관 안에서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지식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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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리대로면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는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이 높아야 한다.
지식과 지능을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흔한 오해다.
굳이 따지자면 '등장인물의 지식은 작가의 지식을 넘지 못한다'라고 해야 얼추 맞다.
이를테면 작가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대해 모르면 그 작가의 작품 안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절대 나올 수 없다. 이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아는 것을 지식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지능은 이미 주어진 지식을 가지고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창출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테면 흉기, 다잉 메세지, 알리바이, 지문, 혈흔 등의 정보들을 조합해서 누가 범인인지 알아내는 능력을 지능이라 할 수 있다.
추리물에서 작가가 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범인을 만든다->범행 과정을 구상한다->범행 과정에 사용되는 증거물들만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과정이다. 그리고 작중 인물 입장에서는 먼저 증거물부터 본다->추리를 통해 범행 과정을 예측한다->추리를 통해 그 범행 과정을 거쳤을 범인을 맞춘다 과정을 거친다. 과정 자체가 정반대인 것이다.
전자는 물고기가 나이아가라 폭포 밑으로 떨어지듯 쉽지만, 후자는 밑에 있는 물고기가 나이아가라 폭포를 오르는 것처럼 어렵다. 작가는 전자를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후자를 한다.
고쇼가 백날 어려운 사건들을 구상하고 연재한다고 해서, 본인도 코난처럼 추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등장인물의 지능이 작가의 지능보다 높을 수도 있다는 반례가 된다.